김창완, 비의 마음

바쁘다 바쁘다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고래동생이 예매를 해놓은 덕분에 짬을 내서 보았던 산울림밴드 공연이 생각나, 비오는 밤에 한곡.

내가 어릴 때도 아저씨였으니 나이가 가늠하기 어려운데, 아직도 순수청년 같은 아저씨다.
그 연세에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아직 전 어리거든요.”라고 읊조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 목소리와 미소에 반해서, 다시금 나의 이상형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상형 따라하기의 일환으로 올 겨울에는 빨간색 옷을 입어 보기로 했다.
나를 옭매고 있던 일중 마지막 사이트 오픈이 방금 끝났고 내일은 출근이란 걸 한다.
오랫만의 직장. 그런데 긴장도 설렘도 없이, 마음이, 습한 날씨에 불구하고, 건조하고도 평안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라는 친구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프리랜서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있다.
마무리 못한 어떤 미망. 직장인 모드로 전환하면서 짧은 여행이라도, 가을산행이라도 다녀오지 못한 것.
그리고 잘 돌봐주지 못했던 마음 같은 것들.(뭐 언제 복귀할 지는 알 수 없지만. ^^)
그래도, 어쨌거나, 날씨의 영향도 있는지 모르지만, 이 차분한 내적 평화가 마음에 든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리듬을 타기 시작하는 걸까?
몸의 긴장과 힘을 빼고 그 흐름과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살아가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지겠지?
물에 몸을 띄우고 가볍게 배영을 해 나아가듯.
아직 11월이지만 또 한 해를 건너가는 일이 전과 같지 않을 것 같은 예감.
하기는 벌써 몇 십번이나 해본 일인데. ㅎ
 
출근 전날의 나름 세레모니로 본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사랑의 열병과 그 이후의 하강 같은, 온도차가 큰 삶의 지점들을 온몸으로, 온몸의 세포들로 통과한 뒤, 그 열병의 대상과 함께 탔던 놀이기구를 홀로 타는 미셸 윌리암스.(정말 예쁘다)
그녀의 얼굴에 서서히 번져가던 그 미소는 평화롭고 자유로웠으며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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