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들.

매일 매일 충격적인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집중해서 뭘 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장자연씨 사건의 증언자로 나선 윤지오씨는 증언의 고귀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름다운 그녀가 견뎌왔던 시간에 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꽃 같을 앞날에 마음 깊이 응원을 보낸다.
 
승리와 정준영 두 사람의 뉴스는 못 보고 지나치기는 정도로 쏟아진다. 뉴스 영상에서보이는 그들의 앳된 얼굴은 순진한 악마같다.  웬만해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너무 많은 것들을 어린 나이에 쉽게  얻었던 대가일 듯도 싶다. 정준영을 용서했던 전 여차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지만(그녀가 용서를 안 했더라면 추가적인 피해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김학의 일당의 “성폭력” 사건 등의 일방적인 피해자들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연인이었던 그를 고발하는 것은, 그를 사랑한 나 자신과도 냉정하게 대면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기에.
 
롤랑 바르트는 일찌기 “사진의 시대는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 속으로 들어가는 그 침입에,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사적인 것의 공개라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사적인 것이 있는 그대로 공개적으로 소비된다.  ” 고 간파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것은 (소유권에 대한 법률에 의해 통제되는) 재산일 뿐 아니라 또한 그 이상으로, 나의 이미지가 자유로운(자유롭게 소멸할 수 있는) 장소, 양도 불가능한 절대적으로 귀중한 장소.. 내면의 조건이다.”라고 강조한다. (밝은 방 90p.)이번 사건들의 피해자들의 경우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그러므로 가장 절대적으로 귀중한 장소-몸을 잔혹하게 침탈당한 것이니.. 응당한 처벌과 보상과 위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전두환과 이순자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도 작지 않은 충격이다. 전두환의 얼굴은 너무 안온해보여서 화가 치밀어오르고, 이순자의 얼굴은 진짜 사나운 괴물 같아 보인다. 광주 항쟁의 증언자로 새로이 나서는 용기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한편으로 벌써 39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 만큼의 세월이 필요했구나 싶다. 대학 새내기로 입학해 어두운 학생관에서 틀어주던 질 안좋은 “비디오” 영상을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경험이, 그 충격이 나의, 우리의 인생에 얼마나 큰 변곡점이 되었는 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 지 돌아보게 된다. 그 와중에 전두환 물러가라 외치는 동산초등학교 아이들은 얼마나 어여쁜 지…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틀림없이 더 좋아질 것이다!!

 

오랫만에 화초 몇 개를 들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마음껏 호흡해주기를. 이들의 날숨으로 나의 들숨이 편안해지기를.

컨텍트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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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트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감독)

아련한 추억이 있는 칼 세이건 원작,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로버트 제메스키 감독)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다소 느슨한 템포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상당했으며 (역시 SF는 극장에서 보아야…)
소통이나 화합이라는, 이젠 낡고 닳아 진부해 보이는 단어들조차 새롭게 다가왔다.
언어학자 루이스역의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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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루이스가 외계의 생명체와의 만남을 통해 습득해가는 저들의 언어였다.
지시체와 의미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의미 그 자체인 표의 문자.
시제가 없으며, 순차적 혹은 계기적이지 않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른 구조로 융합되어 있는 원형의 언어다.

그들의 언어를 학습해가는 과정에서 루이스가 맞닥뜨리는 강렬한 경험은 (예상되는 바이긴 하였으나) 생생한 과거 (혹은 미래) 이미지들과의 만남이다.
소멸되지 않는 기억, 시간들, 떠나 보낼 수 없는 존재들과 의미들을 불러오는, 그들의 이미지들을 촉발시키는 저 원의 형상은
자연스레 강렬한 사진 이미지의 체험을, 푼크툼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먼 여행,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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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긴 여행, 가깝고도 먼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다.
주어진 미션 때문에 몸은 다소 고단했지만, 오랫만의 떠들썩한 여행이 남겨준 울림이 작지 않다.
나 자신과의 대화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나홀로 여행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 울림을 멈추지 않게 간직하고, 증폭시킬 수 있기를.

어머니 기일을 조용히 보냈다.
어쩌다 불운한 일들이 겹쳐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오로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나의 어머니를 애써 떠올리다 보니,
사진이란 게 단지 추모의 형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고 없는, 그러나 보내버릴 수 없는 이에 대한, 혹은 지나가 버린,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외로움, 그리고 사진.

며칠 전 가까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나의 인간관계가 도마위에 오르고 나서, 나는 내가 꽤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절 때마다 좀 스산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가족으로 인한 외로움도 한몫 했을 것이다. .

하기는 동서양의 별점이나 사주, 타로를 비롯해 내가 접근해본 지구상의 그 어떤 예언 시스템 중에서 내가 지독하게 외롭고 고독한 사주라는 걸 빼먹는 건 하나도 보지 못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고 애정과 존경을 받지만 그 자신은 항상 외롭다, 라는 단서도 대체로 붙어 있었다.
지인들이 얘기한 걸 주워담아 보면 그게 대략 진짜 내 사주며 팔자, 운명인 셈이다.
그래, 그게 내 운명이라면? 나는 좀 더 외로워져야겠다!!

사진가 이상엽씨의 페북에 올라온 음악을 들었다.
음악에 덧붙여, 그는 이렇게 적었다.

“어린 시절 FM라디오에서
이 노래 들으며
참 외롭다는 생각 했다.

그건 이성을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뭔가 갈구하는 것을 채우지 못했던
청소년기의 결핍이었다.

지금도 이 노래 들으면
가슴이 짠하다.

내 어린 시절 외롭던 마음은
과연 무엇을 갈구했을까?
채워졌을까?

사진은 혼자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는 대략 외로움을 느끼는 걸 ‘능력’으로 가진 사람 같다는 인상이다. 느낄 줄 알고 즐길 줄도 아는. 그게 능력일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진도 분명 그게 능력이 되는 영역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어쨌거나, 이 계절에 나는, 더 외로워지겠다. 편안하고 아늑하게 외로움의 품 안으로 성큼 더 잦아들겠다.부대끼는 번잡한 일들에 쉽지는 않을 테지만.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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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룩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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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순택, <얄읏한 공 The strAnge Ball> 중에서


사진전시장을 찾는 일이 정말 오랫만이긴 했나보다.
학고재, 란 말만 듣고 확인도 안하고 인사동엘 갔더니 그 자리엔 다른 갤러리가 들어와 있고
기억을 더듬어 소격동 본관을 찾아가느라 늦지 않아야할 약속에 십분이나 늦었다.
인사동에 약속이 있으면 학고재를 지표로 장소를 정하는 일이 많았는데 대체 언제 사라져버린 것인지.

노순택, 이란 작가의 작업은 정말 멋지고 사진은 아름답다.
사진을 보거나 읽는 재미와 감동을 이만큼 선사하는 작가의 작품을 동시대를 살면서 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이런 행운을 놓치고 살았다니.
그의 블로그를 북마크해두고 조금씩 아껴가며 들여다본다.
때로 혼자 웃고, 때로는 그 처연함의 무게로 가슴 안쪽이 저리다.
http://suntag.egloos.com/2393262
이런 사진은 참… 가슴이 먹먹했다.

요즘 어떤 일을 계기로 사진, 이란 것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는데,
사진도 찾아보고 전시도 찾고 하던 십여 년 전과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활발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대부분 낯설고 작품도 그러하지만
대체로 새롭고 재밌다.
한편으론 이시우씨처럼 여전히 고단하고 가치있는 작업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해나가는 ,
아름다운 사람, 이란 단어를 상기시키는 작가가 있고…
잘 모르긴 해도… 우리 나라의 사진예술이라는 것이 제자리를 잡고 많이 발전해가는듯.
내가 사진을 참 몰랐구나 싶기도 하고, 십년이란 세월이 참 긴 것이지 싶기도 하다.  

학고재 전시
http://www.hakgojae.com/
자세한 내용
http://neolook.net/archives/pages/20090606g
<얄읏한 공 The strAnge Ball>의 작업노트
http://suntag.egloos.com/1970914

트렁크 갤러리의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이 있는 곳
http://blog.naver.com/putnaeki/100066207429

트렁크 갤러리는 공간이 재미있는데, 노순택씨 전시는 어제로 끝.
http://www.trunkgallery.com/

노순택 작가의 <비상국가> 작품들로 한 블로거가 만든 동영상
좋아하던 노래, Radiohead의 No Surprise와의 만남이 심상찮다.

* 갤러리들의 전시소개가 좀 빈약하다고 느낀다.  
  웹상에 여기저기 친절한 정보들이 많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 눈부신 시절의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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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odunes

“우리는 가끔 무덤 앞에서 운다. 무덤 앞에서 그리워한다. 그러나 정작 되돌리고 싶은 것은 무덤 속의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대학시절의 첫사랑이 아니라 그 눈부신 시절의 생기를, 미치게 사랑하던 그 사람이 아니라 미친 열정 속에 기꺼이 빠져들 수 있었던 그 무모한 용기를 그리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백은하, 안녕 뉴욕 中에서

읽다가 좀 심심하다 싶어 방치해 놓았던 책을 집어 들었다 이 귀절에 눈이 커졌다. 지난 주말에, ‘십년 전의 일기’ 같은 십년 전 흑백사진들을 꺼내보았던 내가 꼭 이러고 있었던 게 생각이 난 때문이다.  
그날 밤 술자리에서 사람들에게 횡설수설 이런 얘기도 했던 것 같다.
첫사랑이 그리도 끈질기게 그리운 건, 첫사랑의 대상보다 그 시절의 내가 그립기 때문인 것처럼.. 그래서 그 시절의 어떤 것이 내게 그리 특별한 거 같다는..

“그 눈부신 시절의 생기”(그것이 있었다면) 를 포함하여
 새삼 참 많은 것들을 지나온 듯 하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봄비가 하루종일 추적 추적.
내일은 꼭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가야겠다.

이 한 장의 사진.

현실과 가상의 구분마저 모호해진다는 디지탈 시대,
특히나 디지털 카메라의 놀라운 보급율은 사진의 역할을 기록매체와는 거리가 먼 쪽으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때로는 현장에서 찍힌 단 한 장의 사진이 사진의 본래적(?) 기능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오늘 나를 압도한 사진.
어떤 ‘후보정’ 없이도 강렬하게 드러나는 이 오만함.
어이없는. 치떨리는.

오월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03년 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목적살인혐의 등으로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은 바 있는 이들은 지난해 12·12와 5·18과 관련 대통령만 받을 수 있는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한 모든 훈장을 박탈당했지만 1년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두 전직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출처: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9366&bri_code=E0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