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트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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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트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감독)

아련한 추억이 있는 칼 세이건 원작,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로버트 제메스키 감독)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다소 느슨한 템포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상당했으며 (역시 SF는 극장에서 보아야…)
소통이나 화합이라는, 이젠 낡고 닳아 진부해 보이는 단어들조차 새롭게 다가왔다.
언어학자 루이스역의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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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루이스가 외계의 생명체와의 만남을 통해 습득해가는 저들의 언어였다.
지시체와 의미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의미 그 자체인 표의 문자.
시제가 없으며, 순차적 혹은 계기적이지 않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른 구조로 융합되어 있는 원형의 언어다.

그들의 언어를 학습해가는 과정에서 루이스가 맞닥뜨리는 강렬한 경험은 (예상되는 바이긴 하였으나) 생생한 과거 (혹은 미래) 이미지들과의 만남이다.
소멸되지 않는 기억, 시간들, 떠나 보낼 수 없는 존재들과 의미들을 불러오는, 그들의 이미지들을 촉발시키는 저 원의 형상은
자연스레 강렬한 사진 이미지의 체험을, 푼크툼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먼 여행,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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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긴 여행, 가깝고도 먼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다.
주어진 미션 때문에 몸은 다소 고단했지만, 오랫만의 떠들썩한 여행이 남겨준 울림이 작지 않다.
나 자신과의 대화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나홀로 여행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 울림을 멈추지 않게 간직하고, 증폭시킬 수 있기를.

어머니 기일을 조용히 보냈다.
어쩌다 불운한 일들이 겹쳐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오로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나의 어머니를 애써 떠올리다 보니,
사진이란 게 단지 추모의 형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고 없는, 그러나 보내버릴 수 없는 이에 대한, 혹은 지나가 버린,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외로움, 그리고 사진.

며칠 전 가까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나의 인간관계가 도마위에 오르고 나서, 나는 내가 꽤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절 때마다 좀 스산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가족으로 인한 외로움도 한몫 했을 것이다. .

하기는 동서양의 별점이나 사주, 타로를 비롯해 내가 접근해본 지구상의 그 어떤 예언 시스템 중에서 내가 지독하게 외롭고 고독한 사주라는 걸 빼먹는 건 하나도 보지 못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고 애정과 존경을 받지만 그 자신은 항상 외롭다, 라는 단서도 대체로 붙어 있었다.
지인들이 얘기한 걸 주워담아 보면 그게 대략 진짜 내 사주며 팔자, 운명인 셈이다.
그래, 그게 내 운명이라면? 나는 좀 더 외로워져야겠다!!

사진가 이상엽씨의 페북에 올라온 음악을 들었다.
음악에 덧붙여, 그는 이렇게 적었다.

“어린 시절 FM라디오에서
이 노래 들으며
참 외롭다는 생각 했다.

그건 이성을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뭔가 갈구하는 것을 채우지 못했던
청소년기의 결핍이었다.

지금도 이 노래 들으면
가슴이 짠하다.

내 어린 시절 외롭던 마음은
과연 무엇을 갈구했을까?
채워졌을까?

사진은 혼자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는 대략 외로움을 느끼는 걸 ‘능력’으로 가진 사람 같다는 인상이다. 느낄 줄 알고 즐길 줄도 아는. 그게 능력일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진도 분명 그게 능력이 되는 영역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어쨌거나, 이 계절에 나는, 더 외로워지겠다. 편안하고 아늑하게 외로움의 품 안으로 성큼 더 잦아들겠다.부대끼는 번잡한 일들에 쉽지는 않을 테지만.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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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룩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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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순택, <얄읏한 공 The strAnge Ball> 중에서


사진전시장을 찾는 일이 정말 오랫만이긴 했나보다.
학고재, 란 말만 듣고 확인도 안하고 인사동엘 갔더니 그 자리엔 다른 갤러리가 들어와 있고
기억을 더듬어 소격동 본관을 찾아가느라 늦지 않아야할 약속에 십분이나 늦었다.
인사동에 약속이 있으면 학고재를 지표로 장소를 정하는 일이 많았는데 대체 언제 사라져버린 것인지.

노순택, 이란 작가의 작업은 정말 멋지고 사진은 아름답다.
사진을 보거나 읽는 재미와 감동을 이만큼 선사하는 작가의 작품을 동시대를 살면서 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이런 행운을 놓치고 살았다니.
그의 블로그를 북마크해두고 조금씩 아껴가며 들여다본다.
때로 혼자 웃고, 때로는 그 처연함의 무게로 가슴 안쪽이 저리다.
http://suntag.egloos.com/2393262
이런 사진은 참… 가슴이 먹먹했다.

요즘 어떤 일을 계기로 사진, 이란 것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는데,
사진도 찾아보고 전시도 찾고 하던 십여 년 전과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활발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대부분 낯설고 작품도 그러하지만
대체로 새롭고 재밌다.
한편으론 이시우씨처럼 여전히 고단하고 가치있는 작업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해나가는 ,
아름다운 사람, 이란 단어를 상기시키는 작가가 있고…
잘 모르긴 해도… 우리 나라의 사진예술이라는 것이 제자리를 잡고 많이 발전해가는듯.
내가 사진을 참 몰랐구나 싶기도 하고, 십년이란 세월이 참 긴 것이지 싶기도 하다.  

학고재 전시
http://www.hakgojae.com/
자세한 내용
http://neolook.net/archives/pages/20090606g
<얄읏한 공 The strAnge Ball>의 작업노트
http://suntag.egloos.com/1970914

트렁크 갤러리의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이 있는 곳
http://blog.naver.com/putnaeki/100066207429

트렁크 갤러리는 공간이 재미있는데, 노순택씨 전시는 어제로 끝.
http://www.trunkgallery.com/

노순택 작가의 <비상국가> 작품들로 한 블로거가 만든 동영상
좋아하던 노래, Radiohead의 No Surprise와의 만남이 심상찮다.

* 갤러리들의 전시소개가 좀 빈약하다고 느낀다.  
  웹상에 여기저기 친절한 정보들이 많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 눈부신 시절의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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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odunes

“우리는 가끔 무덤 앞에서 운다. 무덤 앞에서 그리워한다. 그러나 정작 되돌리고 싶은 것은 무덤 속의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대학시절의 첫사랑이 아니라 그 눈부신 시절의 생기를, 미치게 사랑하던 그 사람이 아니라 미친 열정 속에 기꺼이 빠져들 수 있었던 그 무모한 용기를 그리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백은하, 안녕 뉴욕 中에서

읽다가 좀 심심하다 싶어 방치해 놓았던 책을 집어 들었다 이 귀절에 눈이 커졌다. 지난 주말에, ‘십년 전의 일기’ 같은 십년 전 흑백사진들을 꺼내보았던 내가 꼭 이러고 있었던 게 생각이 난 때문이다.  
그날 밤 술자리에서 사람들에게 횡설수설 이런 얘기도 했던 것 같다.
첫사랑이 그리도 끈질기게 그리운 건, 첫사랑의 대상보다 그 시절의 내가 그립기 때문인 것처럼.. 그래서 그 시절의 어떤 것이 내게 그리 특별한 거 같다는..

“그 눈부신 시절의 생기”(그것이 있었다면) 를 포함하여
 새삼 참 많은 것들을 지나온 듯 하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봄비가 하루종일 추적 추적.
내일은 꼭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가야겠다.

이 한 장의 사진.

현실과 가상의 구분마저 모호해진다는 디지탈 시대,
특히나 디지털 카메라의 놀라운 보급율은 사진의 역할을 기록매체와는 거리가 먼 쪽으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때로는 현장에서 찍힌 단 한 장의 사진이 사진의 본래적(?) 기능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오늘 나를 압도한 사진.
어떤 ‘후보정’ 없이도 강렬하게 드러나는 이 오만함.
어이없는. 치떨리는.

오월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03년 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목적살인혐의 등으로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은 바 있는 이들은 지난해 12·12와 5·18과 관련 대통령만 받을 수 있는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한 모든 훈장을 박탈당했지만 1년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두 전직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출처: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9366&bri_code=E0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