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사

아노말리사 (Anomalisa,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 감독, 2015)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놀라운 디테일 속에서 뜻밖의 싸늘한 리얼리티를 맞닥뜨리게 되는 영화.
제니퍼 제이슨 리(리사 역), 톰 누난과 데이빗 듈리스(마이클 역)의 목소리 연기도 일품이지만, 주인공 마이콜이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얼굴과 목소리로 인식하는 (프로골리 증후군이라 한다지) 설정 속에서, 목소리를 그 자체로 타인과 맺는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매개하는 주요한 장치로 사용한 배치가 놀랍다.
목소리 외에도 (가면속의) 표정이나 몸짓 등의 장치들도 매우 인상적인데, 실사가 아니어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디테일이, 실사가 아니어서 생략된 정보가, 더욱 생생한 캐릭터와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불편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대체로 부드러운 시선으로 영화를 음미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형식 자체의 미덕과 숨은 장치들의(을 통한) 배려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