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경칩이다. 어젯밤 뉴스에 하도 놀라서, 오늘은 새삼 별로 놀랄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은.
지지한 건 아니었지만 이리 어리석을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는데, 권력이란 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올해 초 S선생님의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읊던 그는 분위기만으로 작년과 꽤 달라보였다. 이전엔 그래도 나름의 지향이 뚜렷하고 패기있어 보였던 그의 추모사는 어딘가 모르게  자의식 과잉의 독백 같은 불안한 낌새가 느껴졌다고, 돌아와 친구와 앉은 술자리에서 토로하긴 하였으나… 이런 충격적인 뉴스를 보게 될 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 환부가 작지 않을 것으므로, 큰 진통과 상처, 후유증과 파장이 우려되지만… 겨울을 밀어내고 봄이 오듯 또 새로운 기운이 이 낡고 썩은 것들을 대체해 갈 것이다. 그 환절기가 너무 길지는 않기를 바란다.

성산동 문방구

친한 후배 녀석은 작가로 등단한다 하고, 언니네는 십년 넘게 끌고 오던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려 들떠 있고, C삼촌은 포기할 수 없는 까페의 꿈을 합정동의 “끼”라는 주점에서 펼치고 있으며, 누군가는 남은 생을 안착하려는 마음으로 이사를 하고, 또 누군가는 접어두었던 듯 보였던 결혼을 한다고 한다. 또한 몇몇 지인들은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있는데, 여기엔 나도 끼일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꽤 다른 풍경속을, 다른 온도로 살아보려 하는 지금은 바야흐로 환절기.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 그러하듯, 그 풍경 또한 지나온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르겠으나, 필시 그러할 테지만,
어쨌거나 환절기엔 감기 조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산동

아이들에겐 엄청난 매혹의 대상일 동네 문방구 풍경.
지금 나를 매혹시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사들고 들어온 것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 때, 들고 있는 동안은 정말 딴 생각이 안나게 해주었던 누가바다.
얼마 전 이사온 성산동은 내게 저 문방구의 이미지를 닮았다.
한동안 일 때문에만 누르던 셔터를 들이대고픈 매혹적인 이미지들을 예기치 않게 마주친다.  
셔터를 누르는 시간이 뭐 얼마나 된다고, 그걸 못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떤 이미지든, 만남이란 것이 필히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라고 항변하며 오늘도 미뤄둔다.

부활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부활절이구나.

부활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 우리를 떠난 이들, 그들이 세상에 품었던 꿈들.
*  느즈막히 게으른 세수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이마를 중심으로 얼굴이 하얗게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허물을 벗는가 싶기도 하고, 내 몸이 세월의 바람에 깎여 날려가는가 싶기도 하다.
바야흐로, 환절기인 것이다.
얼마나 많은 환절기를 통과해야 만날 수 있는 걸까, “생의 맨얼굴”을.

환절기

목에 5~6센티의 상처를 남길 수술을 앞두고 있는 언니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기 위해
서랍안에 잠자고 있던 반지 하나를 들고 가 십자가 목걸이로 바꾸었다.
단정한 옷차림에 깎듯하기 그지 없는 판매원은  “일단 들어온 제품은 재판매를 위해 녹여집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라고 너무나 예의 바르게 물어와서 빙그레 웃음이 났다.

또 바꾸려는 하는 것들이 있다.  
카메라 렌즈를 31미리에서 21미리로,
13.3인치 와이드 소니 바이오를 보다 작은 놈으로 바꿀 작정이고,
보다 중요한, 그래서 아직 고민중인 대상이 있다.
모두다… 가볍게 살고픈 욕심인 것인데,
마지막 것은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아 마음이 무겁고,  
혼자 결정해야하는 일이 조금 쓸쓸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