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사람이 꿈에 미인을 봤다. 너무도 고운 연인이었으나 얼굴을 반쪽만 드러내어 그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반쪽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병이 되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똑같다'고 깨우쳐 주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울결이 풀렸다.
이용휴, <제반풍록>중에서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에서 이 구절을 적어놓고, "이제 나는 서른다섯 살이 됐다.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라고 적었고,
나는 '2009년이 절반이 지나갔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이미 산 반년과 똑같은 것일까?' 라고 흉내내어본다.
2009년 상반기. 뭐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힘들고 고통스런 일도 있었고,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일도 꽤 있었고, 즐거웠던시간도 행복했던 순간도 더러 있었다.
그래, 이미 지나온 반쪽만 같아라, 싶다가... 아니다, 싶은 일들이 불쑥 불쑥 떠오른다.
(이 놀라운 망각과 자기최면의 능력! )
어쨌거나 수고했다. 매일매일 길고 긴 주행을 하고 있는 지구도, 그 위에서 먼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들도.
남은 절반의 2009년의 시간들을 위하여 몇 가지 원칙들을 세워보아야겠다.
이제 펴보기 시작한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의 서문엔 이런 말들이 적혀있다.
"내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사랑할 만한 것이라면 무엇에든 빠져들었고 아파야만 했다면 기꺼이 아파했으며 이 생에서 다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 p7
그래도 그 텅빈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로 이어지는 글이었지만,
난 이 작가가 텅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온 십대와 이십대의 삶이 부러웠다.
지난 날의 나, 사랑이 내게 오려해도 용기가 없어 달아난 일이 많았고, 아파야만 하는 것엔 너무 자주 불평했으며, 이 생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서러워하기도 했으니.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리 살고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