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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0/01/26 19:06
지난 주말 부산에서 어리석게 무리를 행한 탓으로 이틀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
이 지긋지긋한 두통만 없애준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두통약을 털어넣으며,
약속을 미루고 또 미루고, 부탁을 거절하며,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신체가 건강하지 못하니, 정신은 퇴행을 시작하여, 참으로 유치하게도 통화중 상대방의 반응을 감별하는 센서가 작동된다.
아, 이 사람은 정말로 내가 아픈 걸 이해하고 염려하는구나. 이 사람은 내가 아프다는 건 안중에도 없구나, 정말 일적인 관계로구나, 뭐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하고.
퇴행은 계속되어 까무룩한 침잠속에서 나를 끄집어내줄 목소리를 아쉬워하고, 어린 시절 나의 배를 문질러주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의 감촉마저 그리워하고, 결핍으로 느끼기에 이른다.
멀미를 느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정신이 퇴행하는 걸 느끼고 있노라면, "자유의 신체성, 자유란 자유로운 정신의 문제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신체의 문제"(고병권,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中) 라는 단어들이 '신체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변곡점, 터닝포인트가 속삭이는 귓속말을 귀담아 들어보세요.." 라는, 부산행에 동행했던 선배가 보낸 메시지를 귀담아 놓을 일이다.

몸이 아플 때나, 문상객을 맞을 때처럼 마음이 아플 때와 마찬가지로, 잊고 싶은 실수를 저지른 순간에도 내가 관계한 타인의 존재감은 감지된다. 여지없이 드러난 나의 엉성한 빈틈을 너그러이  보아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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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9:06 2010/01/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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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ineApple 2010/01/26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른 나으세요.

  2. 묽은늪 2010/01/27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다녀오셨나요..... 라고 물으려 했는데, 다녀오기는 했으되.... 몸 고생을 하셨군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는 말은.... 평소엔 모르다가, 아플 때라야 실감이 나나 봅니다....

    그러고 나으면 또 잊죠.... 잊는 게 좋으니까.... ^^;

    암튼.... 나았다니 다행입니다....

    • kalos250 2010/01/27 2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묽은늪님의 방문을 반갑게 확인하곤, 이것이 엄살의 효능이로군, 중얼거리며 조금 음흉하게 흐흐 웃습니다. 방문과 따뜻한 인사, 감사드려요. 덕분에 부산여행에서 멋진 전시를 볼 수 있었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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