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과 신나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대체로 숙취가 심하지 않다. 행이가 들으면 '거봐. 해장국을 미리 먹고 자면 그렇다니까' 라고 잘난 척 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도 마찬가지다. 평소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고기를 먹어도 그럴 때엔 별 무리가 없다. 아일랜드에서 아이들이 가져온 와인과 햄, 치즈와 어제의 요리사 C삼촌이 뚝딱 만들어준 요리 덕에 정말 신선한 연어를 원없이 배 터지게 먹었는 데도 벌써 멀쩡하다. 
<연어날치쌈>은 먹기에 바빠 사진이 없다. 내 집에서 이런 우아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는데. 쩝
정리 못한 사진이 피씨에 차곡차곡 쌓였다. 봄나들이 때부터 몇 차례의 답사 사진, 안동 농암종택과 사진교실의 아이들 사진, 어제의 스튜디오 제품 촬영까지. 심지어 해가 바뀌도록 잠자고 있는 사진들도 있다. 모두가 보내주어야 하는 사진들이라... 휴~
신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인가?

<연어날치쌈>은 먹기에 바빠 사진이 없다. 내 집에서 이런 우아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는데. 쩝
'잘 들어봐, 여름이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라고 말하곤 그 반응을 즐기던 C삼촌.
그 말에 "아임 쏘리, 아임 쏘리하면서요?" 라고 맞장구를 쳐 주던 나.
이러니 삼촌이 나를 예뻐해주는 거겠지. 흐흐.
* 어제 받은 피부과 약은 기어이 먹지 않기로 했다. 어젠 미리 약속된 술을 먹느라 안먹었지만 뭔가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검색을 해봤더니 죄다 부작용이 심하다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다.
약 대신 술을 먹고도 어제 아침에 퉁퉁 부었던 윗입술은 멀쩡히 나았다. 주사를 맞고 온 것이 효과가 있던 건지 원래 그냥 낫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 전날엔 한쪽 눈꺼풀이 퉁퉁 부었던 터라 좀 놀란 게 병원까지 찾게 된 이유다.
병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동네 피부과를 검색했더니 대개가 '미(美)를 창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조금 허름한 피부과를 발견했는데 어찌나 무뚝뚝하고 무성의해보이는지.
입술이 부었어요, 라는 내 말에 흘낏 들여다 보고는 처방전을 쓰며 낼 모레 오라 한다.
그러고선 나가라는 신호를 두 번이나 보냈는데 못 알아먹은 나는 간호사가 끼어들어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기 싫어하는 병원까지 왔으니 궁금한 건 물어봐야하는 나는, 평소의 증상-특히 피곤할 때 양말이나 속옷의 고무줄 부위의 피부가 부풀어오르는-을 물어보고 그게 "묘사성두드러기"라는 대답을 얻어냈다.
(오늘의 증상은 "핼프스"라 한다는데, 두 가진 서로 무관하단다. 물론 이게 뭔지는 안 가르쳐줬다. )
"묘사요?" 라는 내 반응에 "그림을 그리는 거 있잖아요, 묘사"라고 퉁명하게 한 마디 보태는 의사.
그러니까 내 몸이, 피부가 자꾸 뭔가를 묘사하려고,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재밌지 아니한가?
사진을 찍어봐 볼까. 신령한 용그림? 같은 것이 나타날 지도..ㅋ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대체로 면역이 약해졌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 듯 싶다.
무더위도 많이 가셨으니 밥도 다시 잘 챙겨먹고, 장선생님이 권유한 대로, 여기저기 나눠주고 쬐금 남은 보이차나커피 대신 복용해봐야겠다.
** 이번 올림픽 대표팀이 역대 최대 성적을 내는 바람에 상금보상보험을 따냈던 손보사들이 손해를 봤단다. 특히 4건의 상금보상보험 계약을 따낸 삼성화재는 억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는 뉴스를 들으니 (미안한 일이지만) 선수들이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휘릭~
*** 낼은 울 엄니의 기일. 일년에 한 번씩 내 마음이 가장 고요히 잦아드는 날이다. 그 날처럼 내일도 비가 올 모양이다. (......) 그 날 이후로, 내성적인 아이는 참 오랫동안 어머니의 뒷모습을, 그 이별을 서성거렸다.
어찌어찌하여 남겨진 사진이 없는 걸 아쉬워하며, 이런 저런 방법으로 어머니를 잊지 않고자 애를 쓰면서.
사진에 대한 집착의 시발점을 누가 물어볼 때도, 나는 꼭 어머니가 생각난다.
물론 롤랑 바르트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의 일이다. 그의 글이 징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고 ^^;;
이전에 한 번 올렸던 음악을 다시 찾아 듣는다. 좋다.
정리 못한 사진이 피씨에 차곡차곡 쌓였다. 봄나들이 때부터 몇 차례의 답사 사진, 안동 농암종택과 사진교실의 아이들 사진, 어제의 스튜디오 제품 촬영까지. 심지어 해가 바뀌도록 잠자고 있는 사진들도 있다. 모두가 보내주어야 하는 사진들이라... 휴~
**** 아일랜드에서 온 아이들이 한달 반 만에 내일 떠난다. 마지막으로 맛난 밥 한 번 근사하게 사주거나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바빠 시간을 맞추지 못해 아쉽다. 지금도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친구가 정말 소중한 나이의 아이들. 아쉬운 것이 얼마나 많겠는지,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다.
요즈음 전에 없이 이래 저래 아이들이란 존재를 많이도 부대끼다 보니 떠오르는 레비나스의 문장 하나.
“어떻게 자아는 자신에게 타자가 될 수 있는가? 아버지가 되는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시간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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