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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0 만남

만남

diary 2012/08/20 20:12
언젠가는 마주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녀석은 늘상 홍대 부근에서 화려하게 놀고 있다는 사실과, (그걸 봐주러) 놀러 오라는 얘기를 문자, 전화, 소문 등으로 전해왔고 , 나는 이 부근에서 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막상 마주쳤을 때는 좀 당황스런 반응이 나왔다.
"어... 그래. 나 맞어" 하고.
짧은 근황 얘기 끝에 언제, 누구랑 같이 보자는 말에도 내 반응은 "어... 그래."
살아온 세월이 짧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되는 이런 저런 우연한 만남, 인연들에 익숙해져 가고 있기도 하고,
점차 자발적 소외(혹은 자폐?) 성향이 짙어져 가고 있는 것에 기인한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만남도 있다.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 10점
이진경 지음/휴머니스트

새로운 취미생활을 위해 도서관에 들렸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책장을 넘겨보다 든 생각은,
이런 책이 나온 걸 내가 왜 모르고 있었지? 하는 거.
그만큼, 꼭 나와 만나기 위해 나타난 것 같은, 그래서 내가 먼저 발견해서 말 걸어야할 것 같아 보이는 책이다.

저자의 한 마디.

"이 책에서 나는 ‘존재론’이라고 불리는 ‘거창한’ 작업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것을 흔히 하듯이 인간이라는 존재자, 존재의 의미를 아는 유일한 존재자, 그렇기에 탁월하고 지고한 존재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불온한 것들’을 통해서 하고자 한다.. 불온한 것들, 어떤 누군가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는 자들이다. ‘인간도 아닌 것’, ‘생명이 없는 것’, ‘미천한 것’, ‘별 볼일 없는 것’, ‘하등하다’며 천시되고 비난받는 것들이다.”

첫 장의 흑백사진은 내 사진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이정진 선생님의 <사막 02-55>이고,
거기에 붙은 저자의 말이 멋지다.

"아니, 사막 속에 바다가 있을 리 없다.
사막이 바다인 것일 게다. 그래서 지구가
흔들리는 대로 다른 물결을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일 게다.
사막 속에서 바다를 발견하지 않고선,
사막이 바다임을 발견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시간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바닷속에 잠기는 연습, 침수의 연습을 위해 이 책을 쓴다는 저자를 따라 함께 잠겨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이런 책은 직접 사서 보고 간직해야 하므로, 알라딘에 주문을 하고 내일을 기다린다.
알라딘의 당일배송이 고마울 것이다.  

좋은 책은 다 읽고 소개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반가운 마음에 읽기도 전에 주절주절.
첫 만남에 호들갑인 청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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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0 20:12 2012/08/20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