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diary | 297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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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4 제빵왕 탁구도 본다.
- 2010/08/13 이런 음식. (2)
- 2010/08/08 나는 그들의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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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좋아하는 싱글들 혹은 2인 가족에게 괜찮은 아이템이 되겠다.
양배추 같은 걸 삶을 만한 냄비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찾아보다가 이걸 발견했는데, 여러 모로 쓸모가 많다.
이전에 추천했다가 주위의 싱글들에게 호응이 좋았던 바닥이 뚫린 직화구이냄비가 재질이 약했는지 너무 자주 이용했는지 밑판 상태가 상당히 안좋아졌었는데, 여기다 삶으니 이전의 군고구마 같은 맛은 아니지만 감촉이 포근하고 맛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무엇보다 국수를 삶을 때 편리한 것이 특장점.
볼 때마다 주위의 처자들에게 알려줘야지 했는데 계속 잊어먹다가, 자전거 타고 폼나게 나타난 고래씨를 보자 생각났다.
크기도 적당하고 가볍다. 가격도 착하고.
호응을 기대한다. ^^
* 이걸 사놓고 들었던 생각은... 생활의 편리를 꾀하다 보면 하나 둘 살림이 늘어난다는 거.
단촐하고 가볍게 살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는 거.
그런데, 주전자를 장만하고 냄비에 끓이던 보리차를 주전자라는 인류의 뛰어난 발명품(!)에 끓일 때도 절실하게 느꼈지만, 있으면 참 편리하긴 하다는 거.
그 편리함 참 금방 익숙해진다는 거.
태풍이 지나갔다.
몇 통의 안부전화를 받았다.
어떤 전화 통화 후에는 순돌이 아빠가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랫만에 펼쳐본 시는 잘 읽히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갖고 싶었던 지구본을 드디어 장만했다.
꼬마 전구가 들어있는 자그만 지구본에 전원을 연결하면 은은하고 따뜻한 오렌지빛이 난다.
보고 있으면 지구가, 온 세계가, 불 밝힌 창 안으로 보이는 풍경처럼 아늑해 보인다.
간밤엔 전원을 켜놓고 잠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웬만하면 생일은 부득이 혼자 보냈다.
병이 들면 무리를 떠나 홀로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야생동물처럼(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고독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자는 생각이 깔린 행태이다.
오늘도 나는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밀린 일을 해치우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였으나...
아쉽게도 엊그제 울진의 올레길을 걸은 후유증으로 다시 쓰러져 늦잠을 자버렸고, 그 결과 아직도 일을 부여잡고 모니터 앞에 박혀 있다.
많은 문자를 받았다. 생일을 부지런히 챙겨주는 네이트온의 친절함 덕분이기도 하지만 지인들로부터 받은 문자들은 반갑고, 특히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아온 옛 친구들의 축하에는 늘 마음이 짠하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수의 문자는 안경점, 병원, 쇼핑몰, 펜샵, 이동통신사, 보험회사, 마트 같은 데에서 왔다.
그 중 대다수가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하는 표시로, 행복한 생일을 기원하며 할인쿠폰을 보내왔는데, 아쉬운 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건 이중 그 어떤 할인쿠폰으로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뭔가 "귀 빠진" 날을 기념하고 싶어, 처음으로 "빠진 귀"에 걸린 것을 바꿔었다. 술김에 동네 지인들에게 끌려 갔던 귀걸이샵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굉장히 낯선 공간이던 그곳에서 귀걸이를 고르고 바꾸는 굉장히 낯선 일도 친절한 언니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해냈다. 뭐든지 두 번만 해보면 된다는 나의 지론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덜 귀찮고 편안하다는 지인들의 조언대로 고른 "원터치 귀걸이"가 들어갈 때는 약간의 비명이 나왔고, 친절한 언니가 강권해준, 이전 것보다 조금 크고 빛나는 귀걸이는 아직 낯설긴 했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 때쯤이면 내 귀에 냈던 '상처'는 더 이상 덧나지 않는 완전한 구멍의 '무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살면서 부딪히고 긁히면서 생겨나는 온갖 생채기들이 이러저러한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흉터가 되고 마침내 삶의 무늬로 나타나듯 그렇게.
더러는 귀 뚫고 오래 지난 후에도 몸이 안좋아지면 덧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도 기억해두어야겠다.
우리 삶에서도 때로 우리의 심신이 약해질 때면 불현듯 복병처럼 나타나 우리를 뒤흔드는 지난 상처의 존재를 감내해야할 때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듯이.
* 임상 실험 결과 편두통은 귀뚫는 시술 이후 급격히 감소하였음을 알려드림.
두통이 오더라도 약 없이도 오래가지 않으며 횟수도 급격히 줄어들었음.
근거는 전혀 알 수 없으나... 나처럼 때로 '편두통만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분이라면 강력 추천해 드림. 물론 효과는 장담할 수 없음.
부작용에 유의.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역시 알 수 없으나 기분 좋은 side effect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음.
키보드를 틱틱거리며 열심히 코딩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시티 카드인데 삼성이 엄청난 흑자를 소비자에게 돌려줄려고 하니(허, 웃긴다.) 삼성과 제휴한 카드를 만들란다.
삼성과 관련된 건 안한다고 했더니 대응할 답변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지 잠시 침묵.
그럼, 고객님은 삼성에 관심이 없는 거에요? 라고 그가 묻고,
나는, 아니요. 관심을 가지고 신경써서(정말 신경을 써야한다. usb 메모리 하나를 사더라도!) 불매를 하고 있는 거에요... 그럼 수고하세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의 소극적이고 사소한 실천. 뭔가 나름의 저항같은 걸 한 것 같아 기분은 좋다. 흐흐

안보는 사이 훌쩍 커버린 아이는, 친구가 그렇듯 이쁘고 총명하고 친근하다.
캐나다 유학중에 방학을 맞아 나왔다가, 다음 학기 사진수업에 대비해 사진을 배우러 내게 온 아이는 막 장만한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줄 모르고 놀라운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보여준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가방과 스트랩을 고르고 사진을 배우고 아트샵과 전시를 구경하고 나란히 거리를 걷다가, 촬영중인 샤이니라는 연예스타를 발견하곤 기겁을 하며 좋아라 하는, 시각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아이.
태어났을 때, 한결같이, 부모보다 한결 낫게 살라고 네 이름을 지었단 얘길 듣고, 그렇게 힘든 걸 태어나면서부터 아이에게 요구하는 건 너무 하다고 내가 얘기했었어, 라는 얘길 듣고는 까르르 웃어대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낯설지 않은 친숙한 기운과, 어쩔 수 없는 세월의 속도를 감지한다.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되는 그 속도에는 약간의 현기증이 인다.
오랫만에 전화연락이 온 C언니의 다급한 용무는 오늘도 역시 컴퓨터 문제다.
노트북을 새로 장만하였더니 윈도우7이 깔려있는데다 여러 설정이 바뀌어 맘고생이 심한 모양이다.
오늘의 미션은 익스플로러 창의 시작페이지를 핫메일 페이지로 바꾸는 것.
없어진 메뉴바를 살리고 옵션을 바꾸는 일이 (그녀의 생각보다) 수월하게 성공하자 그녀는 숨 넘어갈 듯 좋아라 하며 서울 올라올때 점심을 사겠다고 약속한다.
햇수로는 나보다 오래 컴과 함께 일을 하고 생활했을 언니의 반응과 그간의 행적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은,
그녀의 시에 표현된, 컴퓨터와 그러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소망은 어떤 면에서 정말 이루어지기 어려울 거 같다는 거.
(그녀에게 컴퓨터는 그처럼 다정하거나 착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리 생각하기로 한다. -,.-
컴퓨터, 더 진화해야 한다.
"작업 표시줄이 위로 올라가거나, 메뉴가 없어지거나, 알 수 없는 언어로 뭘 자꾸 물어대고 선택하라 요구하는 이상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일"은 사라져야 하고, 더더욱 쉽고 직관적이 되어야 한다.
정말 사랑해주고 싶을 만큼 착해져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T.T
제빵왕 탁구라고 하는 드라마도 가끔 본다.
멜로 드라마의 공식에 충실한 전개라 몇 번 안봐도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전혀 무리가 없이 뻔할 뿐더러 스토리도 엉성하기 그지 없다.
예를 들면 운동권학생이던 여주인공이, 직장만 옮기면 될 것을-혹은 싸워서 지키거나- 무시 당한다고 '절대로 용서 못하겠어' 복수를 다짐하며 사랑하는 이를 등지고 재벌의 아들과 연인관계가 되는 설정은 도무지 설득력이 없고(떠나면 되지 뭐 굳이 용서할 필요가...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행동을 합리화시켜줄 명분이 굳이 필요했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 마준을 비롯해 목숨 걸고 탁구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행동에도 '뭐하러 뭐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몹시 들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채널을 돌려버리지 않는 건, 탁구와 빵집 손녀의 대책없는 해맑음과 순수함이 예뻐 보이기 때문.
쓸데없이 욕심 많고 불안하고 심각해서 불행한 인물들과 "무신경하고 대책없는" 그래서 행복한 모습의 대비는, 몹시 비현실적이긴 해도 행복이란 것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필시 "대책없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뻔한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재밌는 요소는 빵만들기.
아무리 천성이 해맑다하여도 삶의 비정함과 비루함은 피해갈 수 없으니 여기 저기 터지고 다치기 마련.
그럴 때 피눈물 삼키며 돌아가는 곳이 바로 빵만드는 곳이다. (드라마 신데렐라에선 막걸리 익는 곳)
뽀사시한 배경에서 밀가루 폴폴 날리며 폼나게 빚은 반죽이 오븐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주인공의 눈물과 시름도 훨훨 날아가고 뽀송해진 삶의 얼굴이 화면에 비춰진다.
그렇게 막 구워진 빵을 탁구가 행복한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두 손으로 반으로 가르며 냄새를 음미하는 걸 보면 빵 생각이 몹시 나는데, 당장 일어나 빵집으로 달려가지 않는 건 내 게으름이 더 강한 파워로 그 욕구를 잠재우기 때문.
어쨌거나 중요한 건, 빵만드는 곳이든 막걸리 익는 곳이든, 누구처럼 기타연주든 바늘질이든,
세상과 사람과 번잡한 일상과 뭐 그런 것들로부터 돌아갈, 그로부터 내 뽀송한 얼굴을 돌려줄, 어떤 일, 어떤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이런 걸 장만해 놓아야한다.
통속이라는 것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는 나이가 중년이라더니.
통속적인 것이 가지는 무게와 진정성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영락없는 중년을 산다.
티비, 괜히 샀나보다. 신문도 책도 안 읽게 되고, 통속의 위대함 같은 거 아직 알고 싶지 않은데.
벌써부터 조금씩 시들해지는 것이 뭐 이런 상태가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더위탓인지 영 밥맛도 없는데, 내일은 빵을 좀 사다 쟁여놓아야겠다.
그런데 탁구왕도 아니고 야구왕도 아니고 제빵왕인데 왜 이름이 탁구일까?
* 덧붙임
생각해보니 개연성이 없기는 현실도 마찬가지.
'경제 살리기'와 '사회 화합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기업인들, 정치인들을 사면한 광복절 특사 말이다. G20 정상회의를 끌어들인 상상력은 정말 대단타...
드라마의 개연성 없음 역시 현실의 반영으로 그 리얼리티를 인정해줘야할까.

저녁이나 먹고 일하라는 호출에 라면물을 끓이다 말고 집을 나섰다가, '살고 싶어지게 해주는 거' 먹고 싶다는 내 요청에 파인애플이 데리고간 동네 네팔 음식점. 그런데, 예상밖으로 음식이 참 맛있었고 오랫만에 숨이 찰 만큼 과식을 해버렸다.
나는,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인에게 특별했던 분의 부고.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어서 그 상실의 슬픔은 나를 비껴 갔지만,
미미하게나마 지인을 통해 전해지는 슬픔의 파장에
죽음이란 것이 가까운 곳에 언제나 낯설지 않게 존재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 병원에서는 "더 이상 젊지 않음을 인정해야하는" 사람(그래서 건강에 신경써야하는)이라 하고, 헤어샵에서는 심지어 "귀여운" 고객이라 한다.
내가 구매하려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젊지 않게 되기도 하고 귀여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영락없는 자본주의의 하루를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