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이모.

diary 2010/08/2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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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모라 부르는 가장 큰 아이. (이전에 만났을 때는 나를 끝까지 언니라고 불렀다  -,.-)
안보는 사이 훌쩍 커버린 아이는, 친구가 그렇듯 이쁘고 총명하고 친근하다.
캐나다 유학중에 방학을 맞아 나왔다가, 다음 학기 사진수업에 대비해 사진을 배우러 내게 온 아이는 막 장만한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줄 모르고 놀라운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보여준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가방과 스트랩을 고르고 사진을 배우고 아트샵과 전시를 구경하고 나란히 거리를 걷다가, 촬영중인 샤이니라는 연예스타를 발견하곤 기겁을 하며 좋아라 하는, 시각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아이.
태어났을 때, 한결같이, 부모보다 한결 낫게 살라고 네 이름을 지었단 얘길 듣고, 그렇게 힘든 걸 태어나면서부터 아이에게 요구하는 건 너무 하다고 내가 얘기했었어, 라는 얘길 듣고는 까르르 웃어대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낯설지 않은 친숙한 기운과, 어쩔 수 없는 세월의 속도를 감지한다.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되는 그 속도에는 약간의 현기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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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23:48 2010/08/25 23:48

자장가

view 2010/08/2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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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i Savall이 만든 앨범 <Nina Nanna>을 소개하면서, 영화감독 박찬욱은 자장가에 대해 이렇게 썼다.

가장 오래된 노래 장르일 게 분명한 자장가는, 아기가 생애 최초로 접하즌 음악/이야기의 예술 형태다. 동시에 엄마들의 그만 나 좀 쉬게 해달라는 애원이고, 그런데 이 남자는 왜 어서 안 오느냐는 푸념이고, 제 어린 시절로의 회귀다. 때로는 아기보다 먼저 깜빡 잠드는 엄마들의 노동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것은, 요람 흔들흔들 엉덩이 토닥토닥의 리듬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2인무곡일 것이다. 모든 엄마/할머니들은 안다, 수면을 강요하는 노동의 단계를 지나 평화로운 동반 휴식의 경지에 들지 않고는 결코 아기는 잠들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 이는 모든 약자를 위한 모든 약자의 노래다.

"아랍과 유태민족의 민요가 사이좋게 나란히,16세기의 윌리엄 버드부터 이 앨범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곡까지" 동서고금의 자장가들을 모았다는 이 앨범은  대개의 모든 민요가 그렇듯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를 품고있는데다 자장가가 가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어우러져 촉촉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어떤 곡은 정말 슬프게 들린다.)

나중에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삽입된  이 곡 마레타(Mareta, mareta no' faces plorar)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울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독자 여러분, 음반 구하기 힘들다고 불평 마시라, 내 다음 영화 사우드트랙으로 들려드릴 테니. 사람 많은 극장에서 눈물 좀 흘린다고 부꺼러운 일 아닌 것이, 어쨌든 '자장가'아닌가.

이런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영화 감독, 특히 잘 나가는 영화 감독은 정말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겠다.
그리고, 이 곡을 들으며 잠이 들면 누구라도(나도!) 어린아이가 그렇듯 천사처럼 착한 표정으로 자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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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2 02:02 2010/08/22 02:02

안 착한 컴퓨터

diary 2010/08/20 13:02

오랫만에 전화연락이 온 C언니의 다급한 용무는 오늘도 역시 컴퓨터 문제다.
노트북을 새로 장만하였더니 윈도우7이 깔려있는데다 여러 설정이 바뀌어 맘고생이 심한 모양이다.
오늘의 미션은 익스플로러 창의 시작페이지를 핫메일 페이지로 바꾸는 것.
없어진 메뉴바를 살리고 옵션을 바꾸는 일이 (그녀의 생각보다) 수월하게 성공하자 그녀는 숨 넘어갈 듯 좋아라 하며 서울 올라올때 점심을 사겠다고 약속한다.
햇수로는 나보다 오래 컴과 함께 일을 하고 생활했을 언니의 반응과 그간의 행적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은,
그녀의 시에 표현된, 컴퓨터와 그러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소망은 어떤 면에서 정말 이루어지기 어려울 거 같다는 거.
(그녀에게 컴퓨터는 그처럼 다정하거나 착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리 생각하기로 한다. -,.-

컴퓨터, 더 진화해야 한다.
"작업 표시줄이 위로 올라가거나, 메뉴가 없어지거나, 알 수 없는 언어로 뭘 자꾸 물어대고 선택하라 요구하는 이상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일"은 사라져야 하고, 더더욱 쉽고 직관적이 되어야 한다.
정말 사랑해주고 싶을 만큼 착해져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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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13:02 2010/08/20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