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를 가다


“구름이 너무 예뻐서” 라는 이유를 대고 내 집까지 당도한 황군의 단호한 호출을 받고 전날의 과음으로 부시시한 얼굴로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 공사중이던 때에 슬쩍 지나가보기만 했던 파주 출판 단지는 파란 하늘 화사한 구름 아래서 참으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저마다 다른 다양성의 잔치로 보이는 건축물들 어디서 봐도 그 파란하늘이 스며들어있을 뿐 아니라 주인공으로까지 보였다는 것이고, 놀라웠던 건 이리 쨍한 날씨에 찍은 내 사진 중에 흔들려 보이는 것이 발견된다는 것. 너무 오래 카메라를 놓고 있었나. 아니면 풍광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가..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지내던 푸른고원님을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만남과 관계에 무척이나 소극적이던 내게는 특기할만한 일입니다. 그곳 풍경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그 풍경의 일부인 듯한 사람, 이라고만 적겠습니다.
조만간 카메라와 나의 손떨림을 보완해줄 트라이포드를 메고 파주에서 혹은 일산에서 다시 조금 더 긴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흐흐

오랫만에 이런 생각 새삼스레 해보았습니다.
세상엔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참 많이 남아있고, 그 길에 만날 수 있는 풍경과 사람과 사물, 미지의 대상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 (얼마전 국민연금에서 보내온 고지서를 보고 가지게 된 “국민연금이 60살부터 나온다니 오래 살아야겠어” 라는 깨달음의 연장선인 듯도..)

링클프리의 심장을 꿈꾸며

내 몸을 치료했던 Nerve Specialist는 치료를 끝내며 이런 저런 당부끝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축되었던 심장을 판판히 펴놓았으니 한 두달간만 화를 내거나 감정이 격해지거나 하는 일을 피하면 다시 수축되지 않는 심장을 갖게 될 거라구요.
두 달간.. 짧을 수도 있지만 길 수도 있는 시간이란 생각을 했는데,
이 얘기를 들은 엠군 왈, “링클프리가 되면 되잖아”  

링클프리의 심장.. 괜찮은 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름이 없도록 형상기억처리된 것이 아니고, 주름이 아예 지지 않는 것도 아닌(굴곡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름을 허용하되 주름을 안에서 녹여내어 다시 주름에서 자유로워지는 심장.

세상도,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생들도 링클프리가 되어
어떤 양지와 음지도 영속적이지 않고,
어떤 삶의 시련도 쓱싹쓱싹 비비다보면 훌훌 펴져 다시 뽀송한 아침을 맞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점차 부지런해지는 스팸글의 공격에 자극받아, 드디어 삼년 반 동안의 http://kalos250.com 시절을 마감하고 블로그란 걸 시작합니다. 이전의 칙칙한 분위기를 버리고 가볍게 나름 화사한 노란빛으로 집단장했습니다.
언젠가 적었듯이 내게 노란빛은 언제나 그리움의 빛깔입니다.
때로는 황금빛 밀밭을 서성이는 어린왕자처럼,
때로는 해질녘 동네 놀이터에 남겨진 아이처럼,
내 안의 나와, 내 안의 당신과, 혹은 당신 안의 내가 즐거이 혹은 아무렇게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