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sh Times

사용자 삽입 이미지
We look at life. You live it. 

등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olbeg Lighthouse in Dublin Port


햇빛과 바람의 에너지로 삶을 이어가고 세상의 빛이 되는 세상이 있다면.   

Lisa Hannigan, Little Bird

보고 있으려니… 아, 숨이 차다.

봄인가…

날이 많이 풀렸다. 나는 오랫만에 단잠을 잤다.
꿈에선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잠에서 깨어나 어렵게 획득한 작은 자유를 만끽하며 오늘이 삼일절임을 떠올린다.
이 자유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또다른 구속이 아니길.
부디 자유를 향한 것이기를.
 
여기저기 근육이 뻐근하니, 어제 어쩌다 ㅎㄱ에게 던진 얘기가 생각난다.
기대했던 근육의 발달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중요한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생전 근육이라고는 어디 하나 키워 본 적 없는 내가 무얼 안다고…  

답문자

이런 늦은 시각 네이트온에 접속해서 함께 일했던 프로그래머를 찾은 건, 같이 사이트를 만들어준 업체에서 비밀번호가 안먹는다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사 퇴근을 했다는 얘기에 위로를 보내고, 간략한 안부와 용건을 전달하고, 조만간 봅시다, 라는 상투적인 말에 상투적 답변을 하려는 순간 한 문장이 날아왔다.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 라니. 이건 우리의 상투적인 대화 속에는 없던 단어인데.

함께 일하던 동료 사이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말을, 나는 참 인색하게 써왔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조만간 봅시다”와 “조만간 봅시다. 보고 싶어요.”는 참 다른 뉘앙스를 준다는 깨달음.



나의 “어”, 라거나 “네”라는 짧은 답문자에 상처 받았다 하던 몇몇 얼굴들이 떠오른다.

사장님은 어제 내게 “네”와 “네, 알겠습니다.” 혹은 “네~”의 엄청난 차이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해줬더랬지.

내가 쫌 건조한 인간형이라는 말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짧은 답문자가 그리 폭력적일까?” -,.-;;)

철없이 산다는.

철없이 산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무 생각없는 게 아니라, 속으로 치열하게 저항하며 살아온 거죠…

라는 그의 말이, 움츠러들었던 가슴에 반갑게 꽂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활엽수

날이 많이 풀렸지만 나는 아직 영혼의 수축을 겪고 있다.

쪼그라드는 영혼의 비명을 외면하기 어려우니
토닥이는 내 안의 말들이 소란스럽다.  
툭, 털어버리고싶은 욕망…

그대 한 그루 활엽수여 그 둥근 입새같은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오

뽀족한 아픔들이 돋아나네 뽀족한 아픔들이 자라나네 그대여 더 늦기 전에

생각의 여름, 골목바람

생각의 여름. ‘생각의 봄’을 치칭하는 사춘기(思春期)의 다음 시기를 가르킨다 한다.

여름볕, 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나로서는 그 이름이 좀 더 반갑다.
코스모스 사운드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반가워하던 직장동료가 소개해주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듣던 음악만 줄창 들었다가

진짜 오랫만의 업데이트. 좋다.

아래는 코스모스 사운드의 최윤석과 함께.  

살아있음의 낌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블린


내 방 안의 작은 화분들이 이상하다.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인지 한참 전부터 잎이 푸르스름한 외양을 한 채로 바싹 말라 있다.
도대체 살아 있는 것인지, 죽어버린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너희들은 정체가 뭐냐’ 궁시렁대면서 바스러질 듯한 식물들에게 계속 물을 준다.

예전의 어떤 애들은 며칠 잊어먹어 축 처져 있다가도 물을 주면 순식간에 팔팔해지면서 하늘 높이 팔을 올려보여 응답을 해주었더랬는데. 도대체 아무 반응이 없는 얘네들은 무심해 보이다가 애처로워 보이다가… 어떤 때는 그 생기 없음이 꼭 나 같아 보여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녀석들의 생기를, 살아있음의 낌새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감기는 다 떠나보냈다. 하긴 감기나 숙취만큼 몸의 생존력을, 자정작용을 쉬이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없으리.
이번엔 그리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삼년 째 내 감기를 목격한 알렉스로부터 미리 독감주사를 맞으라는 얘길 듣고 독감주사에 대해 의사선생님에게 물었다가 들은 대답.
“보건소에 있을 때 보면 독감주사를 맞으려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길게 줄을 서시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찬바람 맞다가 오히려 몸살을 앓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생각해볼 만한 얘기다.

천혜은, 너를 팔아 사과나무를 산다

너를 팔아 사과나무를 산다

                                 – 천 혜 은 –

네가 버리고 간 오후를 줍는다

버림받은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손톱으로 꾹꾹 눌러

구겨진 시간을 피고 길을 만든다

너는 가고 낡은 광주리에 담겨있던

네 그림자를 내다 팔기 시작한다

네 다리를 한 짝 내어주고

길 위에 심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산다

네 남은 다리 한 짝을 마저 주고

사과나무 여린 잎의 그늘을 산다

다리 없는 너를 안고 나무 아래 누워

네 차가운 배를 어루만지고

네 눈알을 만진다 팔과 머리통도…

길 밖에서는 해가 진다

저녁도, 밤도, 이곳에는 없다

네 눈을 팔아서 아침을 사고

따스했던 네 두 손을 팔아

사과나무 뿌리를 적실 이슬을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