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쯔 아날로그 (Herz Analog) – 바다

해질 무렵 세상이 검푸르러질 때쯤
마을엔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그 푸르스름했던 넌 나를 보네
참 반가웠어
그 한여름밤의 기억들이

그 소중했던 너와 그 바다가
여전히 곁에 남아
나를 여전히 설레게 해

모두 돌아가 달빛만 고요히 남은 바다
그 파도에 흐르는 우리 두 사람
그 달빛에 비춰진 넌 나를 보네
참 반가웠어
그 한여름밤의 기억들은

……

언더더스킨, 액트오브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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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코어도 확인하기 어렵게 된 14인치 TV를 치우고 무려 27인치 모니터 TV를 장만했다.
(친구가 주겠다던 55인치 TV는 대체 얼마나 거대할 것인가?)
그 기념으로 선택한 두 편의 영화는 <언더 더 스킨>과 <액트오브필링>.
전혀 다른 형식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닮았다.

1965년 인도네이사 군부의 민간인 학살에서 천여명의 생명을 빼았은 실존인물 안와르(액트오브킬링), 그리고 미션을 수행중인 외계인(언더더스킨)이 끔찍한 살인을 수행하게 하는 건 그들이 속해있는 사회, 혹은 어떤 체계다. 거기엔 어떤 사유도 반성도 없다. 그러나 어떤 계기(과거의 학살을 재연하는 영화 촬영, 미션의 대상이 아닌 어떤 타인과의 만남)로 그 완고했던 사회질서, 상징질서가 깨지게 되었을 때, 그들은 큰 혼란을 겪고 구토를 한다.
비로소 자신이 수행했던 일을, 그들을 지배했던 시스템의 시각이 아닌 자신의 시각으로 보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라는 이 천재적 감독이 궁금해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멋지다.

<액트오브킬링>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어떤 생각들을 촉발시키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언더더스킨의 결말은 좀 더 나아가 꽤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멋진 배우를 이렇게 보여주고 이렇게 사라지게 하다니… 대단하다.

핸폰 사진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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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던킨 도넛츠의 초콜렛 케잌과 함께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아, 벌써 2월이다.
시간이 너무 빨라, 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누군가 “뭐 할 일 있어요?”라고 물어 살짝 맘이 흔들렸던 게 떠오른다.
그의 말마따나 이 생에 특별히 해야 할 소명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가야 하는 “푸르른 이 청춘”이, 가버린 추억이 되는 일에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고,
아무리 모든 게 헛헛하고 마음조차 헛헛하다 한숨을 쉬고 있다 한들,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이 생에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는 없다.

망원동 살 때 골목 초입에 있던 “도모다찌”라는 가게의 쥔장 아저씨는 가게를 옮기고 싶어했다.
내공 있어 보이는 요리사님들이 커다란 제스추어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맛난 요리와 생맥주를 먹을 수 있는 자그마한 가게였는데,
나름 맛집으로 소문 나 사람들이 넘쳐나게 된 상황에서는 당연한 바램이었을 게다.
어쨋거나 반가이 맞아주고, 서비스 요리도 자주 챙겨주는 훈훈한 가게가 집 앞에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어서
확장 이전을 알아본단 얘길 듣고 “멀리 가지 마세요..”라는 얘길 했던 적도 있는데,
그러다 내가 이사를 와버린 게 지난 여름이다.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이 가게가 우리 동네로 이사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기분 좋은 우연에 신기해하며 방문했던 응암동 “한접시”(이름이 바뀌었다. 응암동 이마트 후문 맞은 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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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가게는 예전의 아늑했던 느낌은 좀 덜 해서 아쉬움이 있지만, 음식이나 맛은 여전히 좋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다만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사람들 보고 오라 하기엔 넘 멀고), 그리고 분위기상 (혼자 가기엔 좀 머쓱할) 자주 가긴 어려운 구조라,
자주 오라며 주신 서비스 요리를 맛나게 먹은 게 좀 미안한 감이 있다.
먹느라 바빠, 음식 사진밖에 엄다.

미분당

H가 평생 먹어봤던 쌀국수 중 최고라며 소개해준 신촌의 미분당.
현대 백화점 뒤쪽에 있다.
추운 겨울날 줄 서서 기다리게 하는 맛이 대체 무언지 궁금해하다 먹어서 배가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꽤 만족스러웠던 걸로 기억.
주의해야 할 건 떠들면 혼난다.
누구라도, 혼자라도 와서 조용히, 편안히 먹고 가게 하고 싶다는 과묵한 청년들의 생각이 기특하다.

핸폰 케이스를 교체했다.
안전만을 생각한 무식한 모델을 버리고, 고르고 골라 선택한 게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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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 in Love 라는 제목의 일러스트 작품을 가지고 만든 것으로,  엽서 한 장과 함께 왔다.
한데 색칠이 좀 희끗한 부분이 있고 핸폰 잭이 잘 안맞아 QA를 남겼더니만,
담당자가 직접 내 사무실로 찾아와 테스트를 해보고선 다시 며칠 후에 재방문해 새 것으로 교체해줬다.
받은 명함을 보니 Dot 이라는 회사의 이사.
미생의 장백기와 닮은 외모만큼이나 훈훈한 그들의 젊은 열정에 박수를!

https://www.10×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1176485&disp=102101109104

취한 밤, 아프지는 말라고.

지난 밤 라군이 긴 문자질 끝에 자장가로 추천해준 노래다.
“아프지만 마삼” 이라며.

언제부턴가 말이야
먹고 살아가는 문제
돈을 번 친구들, 아이들 얘기
우리 참 달라졌구나

언제부턴가 말이야
농담에 숨어서 삼켜 버린 맘
술에 취해 서성대는 밤
그런 내가 익숙해져

그렇게 우린 변해가고
시간은 멋대로 흐르고

하나둘씩 떠나네
저 멀리 이사를 가고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우린 행복해진 걸까

맘껏 소리 내 웃던
기억이 언젠지 난 모르겠어
화를 내는 일도 없게 돼
가슴이 멈춘 것 같아

그렇게 우린 변해가고
시간은 멋대로 흐르고

모두들 잘살고 있나요 괜찮은 건가요
오래 품어왔던 꿈들 내 것이 아니었나 봐요 다 그렇잖아요
그게 참 그리웠나 봐요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던 사람들
정말 고맙고 또 미안해요 우리 아프지만 마요

(유희열 작사 작곡)

그의 말대로 가사를 귀 기울여 듣다보니, 딱 라군표다.
그리고, 참 잘 알겠다. 사람들이 내게 왜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지,(사실은 참 많이 변해, 많이 사그라져가고 있는데도!)
종종 또래의 친구가 아쉬워지기도 하는 (이 나이에 이러한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듣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그런 차이들이 무화되고 두루뭉실 비슷해지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왜 중년이 되면 다 비슷비슷한 실루엣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지도.

이런 개나 고양이..

요즈음 이런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과 동물의 구분, 그 관계에 대한 재규정, 혹은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92.9님의




이런 고양이가 내 앞에 나타나 준다면… 한 번 용기를 내어볼 수 있겠다.
혹은 영화 <비기너스>에 나오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150개의 단어를 이해하던 아더라면?

나는야 은둔형 그렇게 살고 싶단 말이지.

신년에 페북에 돌았던 것들 중 흥미를 끌었던 두 가지.
http://m.vonvon.me/qui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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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비교적 균형이 있는 사람이군, 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종잡을 수 없는 쪽인 게 맞겠지.

http://m.vonvon.me/qui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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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로 보는 2015년 운세, 라 하더니 뭐 얼마나 더 은둔을 …하고 궁시렁 거리긴 했지만,
요즘엔 보다 더 더 은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눈앞의 것들을 멀리로 밀쳐버린다.
타인을 대면하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더 심해졌다.
그런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혼자 있을 때 무슨 가치를, 더 발휘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것,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하는” 거야  여건만 된다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거라 자신하지만,
아, 그렇게 지내볼 방법이, 은둔의 방법이, 당장은 없다.
그렇다고 “출사”의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은둔”의 방법”도” 없다, 고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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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가 선물해준 향초. 곰인형 라벨 디자인이 내 취향에 안맞을까 걱정했다는 섬세한 배려가 맘에 와닿았다. 내게 맞는 향을 고르기 위해 판매원에게 나에 대한 설명을 이러저러하게 했다지. 그렇게 해서 내방 가득 퍼지게 된 Soft Blanket 향이 꽤 좋다.
이마트에서 산 와인의 맛도.
이마트가 너무 가까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마트에 들어서면 신기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필요한 것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천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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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jpl.nasa.gov/spaceimages/details.php?id=PIA17936

오랫만에 방문한 뱅쇼님의 블로그에서 보게 된 사진이다.
“화성에 있는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촬영한 지구 사진” 이란다.
저  쬐그만 점이, 우리가 이리도 복닥복닥 시끌벅적 살고 있는 지구란 말이지…
가만 들여다 보는데 마음이 여러 갈래로 먹먹해지다 뭉클해진다.

신선생님의 병환 소식이 내내 묵직하게 가슴 한 쪽에 걸려 있다.
…………
뭐라.. 한참을 쓰다가 지운다.
그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를,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

작년 이맘 때쯤 듣던 노래를 찾아 듣는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천체사진>이다.

별사진, 천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종종, 시신경과 가슴이 쏴해지는 청정한 자극과 함께, 어떤 부드럽고 뭉클한 신호를 수신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어디 먼 우주에서 (이렇게 작고 작은 지구 안의, 먼지처럼 가볍고 희미하며 지극히 유한한 존재인 내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같은.

깜깜한 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얼 찍고 있나 물었더니
조리개를 열어 놓고 한참을 기다리면
먼지 같은 별빛들이 켜켜이 쌓여
아름다운 천체사진이 된다는데

의미 없는 너와 나의 어제 오늘이
먼훗날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우린 오늘도 아주 작은 별이 된다
먼지 같은 빛을 내려 몸부림친다.

깜깜한 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게 나의 모습 같아서
차라리 난 눈을 감고 한참을 기다리면

의미 없는 너와 나의 어제 오늘이
먼훗날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우린 오늘도 아주 작은 별이 된다
먼지같은 빛을 내려 몸부림친다.

Fitbit, Ch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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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apple 로부터 선물받은 Fitbit Charge. 
얘가 보고하는 바에 의하면 오늘 이 시간까지 나는 2675걸음을 걸었고, 1.66키로 이동했으며, 622칼로리를 소모했고, 활동적 시간은 제로다. 간밤에는 6시간 38분을 잤는데 깨어난 횟수 1회, 뒤척인 횟수 14회로 기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편히 잔 셈이다.

이런 보고도 나름 재밌긴 한데,  이왕이면 모델명대로 Charge도 해주면 좋으련만…
물론 그런 기능은 없다.  -,.-
스스로 찾아야 한다. 
모두 방전되기 전에,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충전을 잊지 않고 나를 지켜갈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 안녕하기를.  

도시가스, 예외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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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시무시한 딱지는 일주일 전, 저녁 여덟시가 다 되어 귀가했을 때 문에 붙어 있던 것이다. 
도시가스비를 체납해 가스 공급을 중단시켜 버렸다는 건데, 
이 한 겨울에, 차단이니 봉인이니 하는 붉은 색의 볼드체 단어들은 얼마나 섬뜩한가. 

정신이 번쩍 났다. 와, 내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구나, 하고.
이걸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건, 겨울 칼바람 같던 그 느낌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다.

사실상 체납한 사실이 없으며, 자동이체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 나가고 있던 걸 확인하고 잘못된 고지서를 시정해달라고 전화까지 했었던 나는 야간 담당자에게 당당하게 공급재개를 요구했고, 밤 열시가 넘어 다시 내 방에 온기를 찾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볼멘 소리가 나오는 건 참기가 힘들었다. 
(시스템 에러가 아니고) 진짜로 체납을 했다 한들, 한 달을 밀렸다고 이 한겨울에 가스를 끊어버리다니요… 세금도 꼬박꼬박 다 내고 있는데 말에요… 이 놈의 나라가 뭐 이렇대요… 하고. 
두어달 전, 프랑스에선 공과금은 물론이고 한겨울엔 월세가 밀려도 세입자가 쫒겨나지 않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얘길 듣고 부러워하던 게 생각났다. 
 
그 화가 쉽게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다음날 사무실 사람들과 회식자리에서 술김에 이 얘기를 꺼냈던 걸 보면.
그리고 들었던 반응중 하나.
 “혹시 정부에 뭐 잘못  찍힌 거 아니에요? 알고 보면 통진당원이라거나 ㅎ”
가벼이 던진 농담에 가벼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 결정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얘기를 꺼내들었다, 어느 진지한 어르신으로부터 뭐라 훈수를 듣기도… 

아감벤의 <예외 상태>를 주문하다가 한겨레에 실렸던 로자 선생의 글을 보았다.
제목이 “민주주의 위해 민주주의 희생하자는 논리“다.   

(…..) 오늘날 군사적 비상사태나 경제적 비상사태는 예외상태의 흔한 명분이 되고 예외상태는 상례가 되고 있다. 통상적인 통치술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에서라면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의미를 잃는다. 아감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헌정 질서의 변환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 전체에서 진행중이라고 경고한다. 문제는 법학자나 정치가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런 상황이 시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크다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민주주의 자체의 일시적 희생 따위야 정말 사소한 것”이라며 예외상태, 곧 입헌독재를 옹호하는 한 헌법학자의 말이 섬뜩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와 함께 있지 않다. 
– 한겨레(13. 12. 30)

잊었지 뭐야…